얼마 전, 국내 한 중소 항공부품 제조사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티타늄 브래킷 부품을 소량 생산해야 하는데, 기존 CNC 가공으로는 재료 손실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금형을 파기엔 수량이 너무 적다는 고민이었죠. 결국 ‘금속 3D 프린팅’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SLM이니 EBAM이니 DED니 하는 용어들이 쏟아져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처음 이 분야를 들여다봤을 때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2026년 현재 시점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주요 금속 적층 제조(Metal Additive Manufacturing) 공정들을 하나씩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금속 적층 제조, 왜 지금 다시 주목받는가?
2026년 현재 글로벌 금속 AM 시장 규모는 약 6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약 18~20%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요. 특히 항공·우주, 의료 임플란트, 방위산업 분야에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신기술이어서’가 아니라 기존 제조 방식으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복잡한 내부 채널 구조나 경량화 토폴로지 최적화 형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① SLM (Selective Laser Melting) / LPBF (Laser Powder Bed Fusion)
가장 널리 알려진 방식이에요. 금속 분말을 얇은 층(보통 20~100μm)으로 깔고, 고출력 레이저로 선택적으로 용융·소결하는 방식입니다. 정밀도가 매우 높아 표면 조도(Ra)가 4~12μm 수준까지 가능하고, 스테인리스, 티타늄, 인코넬, 알루미늄 합금 등 다양한 소재를 처리할 수 있어요.
- 장점: 높은 치수 정밀도, 복잡한 내부 구조 구현 가능, 소재 선택 폭 넓음
- 단점: 빌드 속도가 느림(대형 부품 시 수십 시간 소요), 잔류 응력 관리 필수, 분말 취급 안전 문제
- 대표 장비: EOS M 시리즈, Trumpf TruPrint, SLM Solutions NXG XII 600(멀티 레이저로 생산성 대폭 향상)
- 적합 용도: 의료용 임플란트, 항공 부품, 공구 인서트 등 소형 고정밀 부품
② EBM (Electron Beam Melting) / EPBF (Electron Powder Bed Fusion)
레이저 대신 전자빔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공 챔버 내에서 작동합니다. 빌드 온도를 700~1,000°C로 높게 유지하기 때문에 잔류 응력이 SLM 대비 현저히 낮고, 후처리로 HIP(열간 등방압 성형) 없이도 밀도 99.9% 이상 확보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요. 티타늄 합금(Ti-6Al-4V) 처리에 특히 강점을 보입니다.
- 장점: 낮은 잔류 응력, 고밀도 출력물, 티타늄 계열 소재 최적화
- 단점: 진공 장비로 인한 높은 초기 투자비, 표면 조도 SLM 대비 거침(Ra 25~35μm), 소재 다양성 제한
- 적합 용도: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항공우주 구조재
③ DED (Directed Energy Deposition) — LMD / LENS / WAAM 포함
분말 또는 와이어 형태의 금속 재료를 레이저, 전자빔, 아크(플라즈마) 등의 에너지원으로 실시간 용융하면서 적층하는 방식이에요. 빌드 속도가 PBF 방식 대비 5~15배 빠르고, 부품 크기 제한이 훨씬 적습니다. 특히 WAAM(Wire Arc Additive Manufacturing)은 대형 구조물 제작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 장점: 빠른 적층 속도, 대형 부품 대응 가능, 기존 부품 보수(리페어) 작업 가능
- 단점: 치수 정밀도가 PBF 대비 낮음, 후가공(CNC 마무리) 거의 필수, 표면 품질 조도 높음
- 적합 용도: 조선·해양 대형 구조재, 금형 보수, 우주발사체 부품
④ Binder Jetting (바인더 젯팅)
금속 분말 층에 액상 바인더를 선택적으로 분사하여 그린 파트(Green Part)를 만든 후, 소결 공정을 거쳐 최종 부품을 얻는 방식입니다. 2026년 현재 Desktop Metal, HP Metal Jet S100 등의 장비가 양산 라인에 적용되기 시작하며 주목받고 있어요. 적층 속도가 매우 빠르고(SLM 대비 최대 50배 빠른 처리량 주장), 대량 소품종보다는 중간 규모 다품종 생산에 적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 장점: 높은 처리량, 지지대 불필요(분말이 지지 역할), 비교적 낮은 운영 비용
- 단점: 소결 수축(약 15~20%) 관리가 핵심 난제, 복잡한 내부 채널 탈지 어려움
- 적합 용도: 자동차 부품 대량 생산, 소비재 금속 부품

국내외 실제 적용 사례로 보는 공정 선택의 기준
해외 사례로는 에어버스(Airbus)가 A350 XWB 항공기 브래킷을 SLM(LPBF) 공정으로 제작해 기존 알루미늄 가공 대비 중량을 30~55% 절감한 것이 잘 알려져 있어요. 또한 NASA는 RS-25 로켓 엔진 부품 제작에 DED 방식을 활용해 기존 제작 대비 리드타임을 대폭 단축했습니다.
국내에서도 2025~2026년 사이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포착돼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소형 위성 구조체에 EBM 기반 티타늄 적층 부품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져 있고,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WAAM 공정을 활용한 대형 금형 보수 및 부품 제작 파일럿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한 몇몇 기업이 SLM을 활용한 맞춤형 티타늄 임플란트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공정 선택 시 반드시 따져봐야 할 핵심 지표
- 부품 크기: 소형(200mm 이하) → SLM/EBM, 대형(500mm 이상) → DED/WAAM 유리
- 요구 정밀도: 고정밀(±0.05mm 이내) → SLM/EBM, 형상 위주 → DED, Binder Jetting
- 생산 수량: 소량(1~수십 개) → SLM/DED, 중대량(수백~수천 개) → Binder Jetting
- 소재: 티타늄 계열 → EBM 강점, 인코넬·스테인리스·알루미늄 → SLM, 저합금강 대형재 → WAAM
- 후처리 허용 여부: 후가공 여유가 없다면 PBF(SLM/EBM) 계열이 유리
- 초기 투자비: SLM 중급형 약 3~8억 원, EBM 5~15억 원, WAAM 2~6억 원, Binder Jetting 고급형 10억 원 이상(2026년 기준 대략적 시세)
2026년 주목해야 할 트렌드 — 멀티머티리얼과 하이브리드 공정
최근 가장 흥미로운 흐름은 하이브리드 AM이라고 봅니다. DED 헤드와 CNC 가공 스핀들을 하나의 기계에 통합한 장비(예: 마자크 INTEGREX i-400 AM, 드무트 5축 하이브리드)가 상용화되면서 ‘적층 → 절삭 → 재적층’을 한 번의 셋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되면 DED의 단점인 치수 정밀도 문제를 CNC가 보완해 주니, 현장에서의 활용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또 하나는 멀티머티리얼 적층이에요. 단일 빌드 내에서 두 가지 이상의 금속 합금을 구역별로 달리 적용하는 기술인데, 예를 들어 내열성이 요구되는 부위에는 인코넬을, 강성이 필요한 부위에는 스테인리스를 쓰는 식이죠. 아직은 연구·파일럿 단계가 많지만, 2026년 하반기부터 일부 항공·방산 적용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결론 — 정답은 없다, 맥락이 있을 뿐
금속 적층 제조 공정 선택은 “어떤 게 가장 좋냐”가 아니라 “내 부품에 무엇이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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