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다니는 후배한테 연락이 왔다. “형, SLS랑 SLM이랑 DED 중에 뭐 써야 해요? 장비 업체마다 다 자기 거 최고라고 하는데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친구, 이미 3군데 업체 데모 받고 왔는데도 더 헷갈렸다고 했다. 당연하다. 각 업체가 자기한테 유리한 수치만 골라서 보여주니까.
15년 동안 산업용 적층 제조(AM) 현장에서 SLS 파우더 날리고, SLM 챔버 열어보고, DED 노즐 막히는 거 손으로 뚫어본 입장에서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 카탈로그 수치 말고, 실제 양산 라인에서 쓸 때 어떤 방식이 어떤 상황에서 터지는지.
① SLS·SLM·DED, 3줄로 요약하면 이거다
복잡하게 설명하는 사람들 많은데, 핵심만 짚는다.
SLS (Selective Laser Sintering — 선택적 레이저 소결)
파우더 베드에 레이저를 쏴서 입자를 소결(녹이지 않고 붙임)하는 방식. 주로 나일론(PA12, PA11), 폴리프로필렌 같은 고분자 소재. 금속도 가능은 한데 주류는 플라스틱. 서포트가 필요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복잡한 언더컷 형상에 강하다.
SLM (Selective Laser Melting — 선택적 레이저 용융)
이름에서 보이듯 ‘소결’이 아니라 ‘용융’, 즉 완전히 녹인다. 금속 파우더(Ti-6Al-4V, IN718, AlSi10Mg 등)를 불활성 가스 챔버 안에서 완전 용융시켜 거의 100% 밀도에 가까운 부품을 만든다. LPBF(Laser Powder Bed Fus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EOS, SLM Solutions, Trumpf가 시장 3강.
DED (Directed Energy Deposition — 지향성 에너지 적층)
노즐에서 파우더나 와이어를 분사하면서 동시에 레이저·전자빔·플라즈마 등으로 녹이는 방식. 빌드 볼륨이 크고 기존 부품 위에 재료를 덧붙이거나 보수(Repair)하는 게 가능하다. Optomec, DM3D, Sciaky가 대표 플레이어.

② 핵심 성능 수치 비교 — 카탈로그 말고 현장 벤치마크
업체가 내미는 카탈로그 수치는 최적 조건에서 뽑은 피크 값이다. 실제 양산 환경에서 나오는 수치는 다르다. 아래는 2026년 현재 실제 운용 중인 설비 기준으로 정리한 수치다.
빌드 속도 (Build Rate)
- SLS: 1,500~3,500 cm³/hr (EOS P 500 기준 최대 4,500 cm³/hr, 하지만 실제 공정 세팅 시 2,000~2,500이 현실적)
- SLM: 20~80 cm³/hr (단일 레이저). 멀티 레이저 시스템(EOS M 400-4, SLM 800 쿼드) 기준 최대 171 cm³/hr. 그래도 느리다.
- DED: 파우더 DED 200~500 cm³/hr, 와이어 DED(Wire-DED)는 1,000~4,000 cm³/hr까지 올라간다. 단, 표면 조도가 나쁘다.
표면 조도 (Surface Roughness, Ra)
- SLS: Ra 10~20 μm. 후처리 없이도 기능 부품으로 쓸 수 있는 수준이나, 외관 부품엔 후처리 필수.
- SLM: Ra 4~15 μm (빌드 방향에 따라 큰 차이). 수직면 대비 경사면이 훨씬 나쁘다. 실제로 Ti 부품에서 Ra 15 μm 이상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 DED: Ra 15~40 μm. 솔직히 말하면 표면 거칠기는 세 방식 중 최악. DED 결과물을 그대로 쓰는 건 거의 없다. 가공 여유(Machining Allowance) 1~3 mm 붙여서 후가공 필수.
기계적 물성 (Mechanical Properties — 인장강도 기준)
- SLS (PA12 기준): 인장강도 약 45~50 MPa, 파단신율 20~25%
- SLM (Ti-6Al-4V 기준, HIP 후처리 후): 인장강도 930~1,100 MPa, 파단신율 10~14%
- DED (IN718 기준, 열처리 후): 인장강도 1,250~1,380 MPa, 파단신율 12~18% — 단, 방향성(Anisotropy) 문제가 여전히 존재
밀도 (Relative Density)
- SLS: 95~98% (금속 SLS 기준, 고분자는 다름)
- SLM: 99.5~99.9% — 세 방식 중 최고 밀도. 항공·의료 부품 인증에 유리한 이유.
- DED: 98~99.5% (파라미터 최적화 필수, 기공 결함 리스크 있음)
③ 한눈에 보는 스펙·비용·용도 비교표
| 항목 | SLS | SLM (LPBF) | DED |
|---|---|---|---|
| 주 소재 | PA12, PA11, TPU, PP, PEEK | Ti합금, IN718, AlSi10Mg, 316L | Ti합금, IN718, 316L, 공구강 |
| 빌드 속도 | ★★★★☆ 빠름 | ★★☆☆☆ 느림 | ★★★★★ 매우 빠름 |
| 정밀도 | ±0.3~0.5 mm | ±0.05~0.1 mm | ±0.5~1.5 mm |
| 최대 빌드 사이즈 | 최대 700×380×580 mm (EOS P 500) | 최대 800×400×500 mm (SLM 800) | 수 미터 이상 (Sciaky EBAM) |
| 장비 도입 비용 | 3~10억 원 | 5~25억 원 | 8~50억 원 이상 |
| 소재 단가 (kg당) | PA12: 5~8만 원/kg | Ti64: 40~80만 원/kg | IN718: 60~120만 원/kg |
| 후처리 필요도 | 중간 (비드 블라스팅 정도) | 높음 (HIP, 열처리, 가공) | 매우 높음 (CNC 가공 필수) |
| 서포트 구조 | 불필요 (파우더가 지지) | 필요 (열응력 관리) | 경우에 따라 필요 |
| 주요 응용 분야 | 기능성 프로토타입, 소량 양산 | 항공·의료 정밀 금속 부품 | 대형 구조물, 부품 보수 |
| 2026년 대표 장비 | EOS P 500, Formlabs Fuse 1+ | EOS M 400-4, Trumpf TruPrint 5000 | Optomec LENS, Sciaky EBAM |

④ 국내외 실제 도입 사례 — 누가 뭘 쓰고 있나
📌 GE Aerospace (미국)
GE는 LEAP 엔진의 연료 노즐을 SLM으로 찍어낸 걸로 유명하다. 기존에 20개 부품을 조립하던 걸 단일 부품으로 통합, 중량 25% 감소, 내구성 5배 향상이라는 결과를 냈다. 현재 2026년 기준으로 GE는 EOS M 400 시리즈와 자체 AM 설비를 병행 운용 중이며, 연간 10만 개 이상의 AM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 Airbus (유럽)
A350 기체에 들어가는 티타늄 브래킷을 SLM으로 생산 중. 위상 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 설계를 적용해 기존 단조품 대비 30~45% 경량화를 달성. 서포트 제거 후 HIP(Hot Isostatic Pressing) 처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국내)
남양 연구소에 EOS P 500 (SLS) 및 SLM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차 개발 초기 단계 기능 검증 프로토타입에 SLS를 주로 활용. 경량화 구조 부품 연구에는 SLM을 적용 중이다. 2026년 기준 현대·기아 그룹의 AM 부품 적용은 약 300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RI)
DED 방식을 활용한 위성 구조물 수리 및 대형 발사체 부품 시험 제작을 진행 중. 기존 5축 CNC 가공 대비 리드타임을 60% 이상 단축한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 Relativity Space (미국 스타트업)
로켓 전체의 95%를 DED 기반 Wire-ARC AM으로 제작한다는 목표로 주목받았다. 실제 Terran 1 발사 시도(2023년)는 실패했으나, DED의 대형 구조물 제작 가능성을 증명한 케이스로 업계에서 자주 인용된다.
⑤ 이 실수 하면 수천만 원 날린다 — 도입 전 체크리스트
현장에서 실제로 봤거나 직접 당한 실수들이다. 웃으면서 읽어라, 다 실제 사고다.
- 🚨 “SLS랑 SLM 이름이 비슷하니까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 소재부터 장비 가격,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다른 공정이다. 같은 선반에 비교하지 마라.
- 🚨 SLM 도입 시 아르곤/질소 공급 인프라를 간과하는 것 — 불활성 가스 챔버 유지에 드는 비용이 연간 수천만 원이다. 장비 가격만 보고 계약서 쓰면 나중에 운영비에 치인다.
- 🚨 DED 결과물에 후처리 예산을 안 잡는 것 — DED 부품은 표면 조도 때문에 반드시 CNC 가공이 들어간다. 이 비용을 부품 단가에 안 넣으면 적층 제조가 오히려 더 비싸지는 역설이 생긴다.
- 🚨 SLM 서포트 제거 시간을 공정 계획에 빠뜨리는 것 — 복잡한 인터널 채널이 있는 부품은 서포트 제거에 손 가공이 수십 시간 들어갈 수 있다. 설계 단계에서 DfAM(Design for Additive Manufacturing)을 반드시 적용하라.
- 🚨 파우더 재사용률을 과신하는 것 — SLS/SLM 모두 파우더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재사용 횟수가 늘수록 입도 분포가 변하고 최종 부품 물성이 떨어진다. 10회 이상 재사용 파우더는 물성 테스트를 필수로 해라.
- 🚨 방향성(Anisotropy) 무시하고 설계하는 것 — SLM과 DED 모두 빌드 방향에 따라 인장강도와 연신율이 10~30% 차이 난다. 설계 단계에서 하중 방향과 빌드 방향을 맞추지 않으면 현장에서 터진다.
- 🚨 장비 업체 영업 담당자 말만 믿고 소재를 결정하는 것 — 반드시 자사 소재 스펙에 맞는 독립 시험 성적서(3rd-party test report)를 요구하라. 특히 의료·항공 용도라면 이건 협상 대상이 아니다.
FAQ —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
Q1. SLS와 SLM, 같은 레이저 방식인데 왜 가격 차이가 이렇게 크죠?
핵심은 챔버 환경이다. SLS는 고분자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불활성 분위기를 완벽하게 유지할 필요가 없다. 반면 SLM은 금속을 다루다 보니 산소 농도를 수십 ppm 수준으로 관리하는 고성능 가스 순환 시스템, 내부 오염 방지 코팅, 멀티 레이저 광학계 등이 들어간다. 구조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소재 자체 단가도 비싸다. 장비 가격은 그 결과물이다.
Q2. DED가 대형 부품에 유리하다고 하는데, 정밀도가 낮으면 결국 못 쓰는 거 아닌가요?
반만 맞는 말이다. DED 단독으로 쓰면 정밀도 문제가 생기는 건 맞다. 하지만 Hybrid Manufacturing, 즉 DED + CNC 가공을 하나의 공정으로 통합한 시스템(예: DMG Mori Lasertec 65 DED)을 쓰면 얘기가 달라진다. 적층하면서 중간중간 가공을 넣어서 최종 정밀도를 SLM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장비 가격은 더 올라간다.
Q3. 2026년 기준으로 세 방식 중 시장 성장률이 가장 높은 건 어디인가요?
금속 AM 전체로 보면 SLM(LPBF) 시장이 여전히 가장 크고 성숙했다. 하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DED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특히 방산·에너지·조선 분야에서 대형 부품 보수 및 제작 수요가 늘면서 Wire-DED(WAAM, Wire Arc Additive Manufacturing) 쪽으로 투자가 집중되는 추세다. IDTechEx 2026년 보고서 기준으로 DED 시장은 연평균 22~25%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결론 —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가
한 줄로 끝낸다.
🔹 복잡한 형상 + 플라스틱 기능 부품 소량 생산 → SLS
🔹 고강도 금속 + 항공·의료 인증 필요 + 정밀도 최우선 → SLM
🔹 대형 구조물 + 기존 부품 보수 + 빠른 적층 속도 → DED
세 방식 모두 ‘만능’은 없다. 업체가 “저희 장비면 다 됩니다”라고 하면 그냥 나와라. 진짜 좋은 공급사는 “이 용도엔 저희 방식이 안 맞습니다”라고 먼저 말한다.
2026년 현재 산업용 AM 시장은 단일 방식보다 하이브리드 공정, 공정 통합, 인라인 품질 모니터링 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비 한 대 사는 결정이 아니라 공정 아키텍처 전체를 설계한다는 마음으로 들어가야 돈을 버릴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에디터 코멘트 : SLS·SLM·DED는 각각 ‘플라스틱 자유형 설계’, ‘금속 정밀 제조’, ‘대형·보수 제조’의 전문가다. 셋 중 뭐가 최고냐는 질문은, 드라이버·스패너·토크 렌치 중 뭐가 최고냐는 질문만큼 의미 없다. 내가 뭘 만들어야 하는지 먼저 명확히 하고 공정을 고르는 것 — 그게 돈을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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